독일과 유럽 그리고 세계태권도계에서 큰 족적을 남긴 박수남 사범이 2024년 6월 14일 독일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박수남 사범은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으나 수개월 전 심각한 병세를 확인하고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병행해왔으나 암이 손을 쓰기 어려운 정도까지 퍼져있었다.

고인은 1947년 8월 13일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운동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해서 경남 최고의 명문인 경남고를 졸업했다. 경남고는 고인의 평생의 자부심 중 하나였다. 태권도는 중학교 2학년 때 태권도 9개관의 하나인 강덕원을 통해 입문했다. 또래 세대에서는 도드라지게 키가 큰 고인은 타고난 신체조건이 좋았고, 태권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69년 최우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대학은 건국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건국대 축산대학의 학장이 지도관의 창설자 윤쾌병 관장이었다. 고인과 태권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었다.

1971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태권도장을 내겠다고 했을 때, 집안에는 기겁을 했다. 좋은 집에서서 명문고를 졸업한 아들이 당시에는 태권도 사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사범은 1971년부터 5년간, 서울 남산 외인아파트 근처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태권도를 지도했다.

그러던 중 1975년, 당시 독일태권도협회장이던 하인츠 막스의 요청으로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가게된다. 박수남 사범은 10년 간 독일 태권도를 유럽선수권 5연패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최고로 만들었다. 그 이후 1985년에는 오스트리아 대표팀을 맡았고, 그 후 다시 독일 태권도팀을 맡는 등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태권도 지도자로서 박수남의 이름은 드높아졌다.

박수남 사범은 태권도 경기지도자로서뿐만 아니라 행정가로서도 성공했다. 1990년 영국태권도협회가 만들어지던 때, 영국협회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영국의 태권도가 세계태권도연맹(WT)보다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세력이 더 강할 때였다. 이러한 영국 태권도를 올림픽 태권도인 WT 스타일의 태권도로 보급되고 전향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박수남 사범이다.

2010년까지 무보수 명예직으로 영국태권도를 이끌었던 박수남 사범은 2012년, 독일태권도협회장에 당선된다. 경기 지도자에서 태권도 행정가로서의 완벽한 변신이었다. 그 후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 등을 역임하며 주류 태권도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세계태권도계에서, 특히 유럽의 주류 태권도계에서 박수남 사범보다 더 큰 족적으 남긴 인물을 찾기는 힘들다.

고인은 별세하기 직전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유소년 태권도에 대한 관심으로 30년 가까이 세계어린이태권도대회라는 독자적인 대회를 이어왔고, 그 힘을 발판으로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이라는 조직까지 만들었다. 그만큼 관심의 폭과 활동의 영역이 넓었다.

1년에 한 두 번 이상 한국을 방문할 때도 항상 사람들을 만나서 일을 만들고 성사시켜왔다. 그 만큼 바쁘게 살아왔고 그만큼 건강했다. 갑작스러운 병세의 악화와 더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박수남이라는 이름을 알아온 전 세계의 태권도인들을 애도하게 한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